-제대로된 대우로 돌봄 서비스 향상
-돌봄 노동자에 대한 편견 혁파로 선순환 체계 구축
과거 우리 사회에서 돌봄에 대한 인식은 매우 편협했던 것이 사실이다. 돌봄 노동자들은 돌봄 대상별로 상당한 전문성과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요구받음에도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집안일을 돕는 역할만 비춰지며 이들은 가사 보조원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있었다.
이에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는 좋지 않았고 그들은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며 낮은 급여와 장시간 노동이라는 문제에 노출돼 있었다. 특히 하루 노동시간이 24시간에 이를 정도로 여건이 취약했고 이는 돌봄 대상자가 질 낮은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 사회적으로 인식 개선이 상당히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바뀌어야 할 부분은 많다.
이런 돌봄 노동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선 조직이 사회적협동조합 창원도우누리이다. 창원도우누리는 돌봄 노동자들을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조합원으로 지위를 바꾸며 협동조합의 기본 정신을 따르고 있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수동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사원이 아니라 그 조직을 공동으로 소유하며 민주적으로 함께 가꾸는 구성원이다.
창원도우누리는 자주, 자립, 자치라는 협동조합 가치를 통해 돌봄 사회서비스를 공급하고 구성원의 복리증진, 상부상조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런 목표의식 아래 창원도우누리는 지역의 취약계층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4년 시작해 선순환 구조 만들다= 사회적협동조합 창원도우누리는 그 역사가 깊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출범은 2017년이었으나 그에 앞서 창원도우누리는 2004년 경남 창원지역자활센터 내 사업단으로 복권기금사업의 일환으로 가사간병 서비스를 진행하며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2007년에는 장애인활동보조기관으로 확대해 노인돌보미 사업,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창원지역자활센터부설창원돌봄센터 인가를 받고 노인장기요양 사업에 진출했다. 또 중증장애인 도우미 지원, 방문목욕과 한부모가족 가사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2019년에는 재가장기 요양기관인 창원도우누리 노인종합재가센터를 개소해 노인주간보호, 방문목욕, 방문요양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고령자, 한부모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고용과 지역의 사회적경제 단체와의 네트워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김미득 창원도우누리 이사장은 “창원도우누리는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함께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근본 원칙 아래 운영된다. 이런 민주적인 조직 체계를 통해 서비스의 질은 높아진다”며 “돌봄 노동자가 제대로 된 임금을 받으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가 만족도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노인종합재가센터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창원도우누리 노인종합재가센터에서는 주간보호, 방문요양, 방문목욕 사업을 주로 진행한다. 주간보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등급을 받았거나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병을 앓아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다.
이곳 어르신들은 재활, 건강증진, 여가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또 생신 잔치, 예술단 공연, 웃음치료는 색다른 활기를 주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매일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이 집에 혼자 있을 때와 달리 차츰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건강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팡이가 없으면 걸음이 어려웠던 한 어르신이 노인종합재가센터에 들어 온 지 한 달 만에 불편 없이 걸을 수 있게 되기도 했다.
다만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노인종합재가센터를 국비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등급을 받지 못하면 비용 때문에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
김미득 이사장은 “집에서 혼자 오랫동안 지내신 어르신들께서 근력이 너무 약화된 상태에서 2~3일 정도 센터를 이용하다가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를 보면 너무 안타깝다”며 “상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한다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기 전이라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제도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된 가치 인정은 꾸준한 성장으로= 창원도우누리가 2017년 출범할 때 조합원은 104명이었다. 2019년 기준 조합원은 150명으로 2년 만에 44.2% 증가했다. 김미득 이사장은 향후 10년 내 조합원 수 1000명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민주적 운영방식과 제대로된 가치를 인정해주는 협동조합의 모델은 도우누리의 큰 성장 비결이다. 매출액을 보면 2017년 출범 당시에는 9억3900만원이었고 2018년에는 19억5600만원, 2019년 33억3800만원을 기록했다. 출범한 후 2년 만에 255.5%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창원도우누리는 모범적 모델로 정부 인정을 받기도 했다. 창원도우누리는 지난해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 유공자 부문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지역사회 취약계층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 바른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크게 인정받았다.
◇멈추지 않는 사업 다양화= 창원도우누리는 2020년 1월 ‘날마다소풍’이라는 이름의 돌봄급식을 제공하는 지점을 개소했다. 날마다소풍은 고령이나 노인성질환, 장애로 인해 노인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고령자 배려식을 제공한다. 영양사가 개인별 건강상태를 고려해 식단을 구성하고 친환경 식재료를 이용해 바른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목표이다.
구체적으로는 소규모 단체급식, 케이터링 서비스, 식생활 교육, 후원사업 등을 진행한다. 특히 2020년 5월에는 경남의 1호 사회적기업인 (주)늘푸른자원을 비롯해 창원아이쿱생협과 합동으로 긴급 돌봄 어르신 도시락과 반찬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미득 창원도우누리 이사장은 “2019년 개소한 농인종합재가센터를 조합원들과 함께 더욱 알차게 운영해 지점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요양원, 실버타운 등도 만들어 창원도우누리를 통해 돌봄 선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싶은 목표도 있다. 그러면서 조합원 1000명을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