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는 일 ‘마을을담다’가 합니다
-아이 교육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 마을교육 플랫폼으로 진화
마을을담다는 경쟁 교육에 내몰린 아이들을 다시 마을의 품으로 돌려 앉히려고 노력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과거의 마을은 상부상조의 장이었다. 아이들은 이웃집 친구들과 마을에서 놀고 부대끼며 우정과 배려를 배웠고 친구 집에 들러서는 어른들을 대하는 예절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면 학원으로 가기 바쁘다. 학원에 가는 이유는 학업 성과를 높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학원에 가지 않으면 친구들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도 있다. 마을은 과거와 같이 그 자리에 있지만 그 곳에 아이들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을을담다는 과거의 다정했던 마을을 복원하며 아이들의 교육도 놓치지 않으려는 지역 주민들의 열정이 꽃을 피운 협력체이다.
◇마을을담다의 시작= 마을을담다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 마을을담다 소재지인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지역 비영리단체 푸른내서주민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푸른내서주민회 회원들은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이미 공감하고 있었고 일부 회원들은 마을교육공동체 연구회를 결성해 본격적인 마을 교육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2016년에는 내서마을학교추진위원회가 결성되며 실질적인 마을 교육을 위한 사업에 도전한다. 그 결과 내서읍 안계초교와 내서마을학교추진위원회는 지난 2017년 경남도교육청의 마을학교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마을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마을을담다는 이 마을학교사업을 시작으로 출범의 발판을 다졌다. 당시 내서마을학교의 마을교사 9명은 마을교육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을교사 결집 단체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준비과정을 거쳐 2019년 1월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으며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된다. 이들은 출자금으로 1인당 1000만~3000만원을 선뜻 내놓았고 마을 교육을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숙희 마을을담다 대표는 “학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것을 마을이 만들어 줘보자는 생각으로 마을을담다는 시작됐다. 마을을담다는 ‘마을이 곧 배움터’라는 기치 아래 공동체가 공동 육아를 하는 활동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활동을 직접 만들게 하자= 마을을담다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활동을 직접 수행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특히 마을학교 사업을 통해 진행한 주말배움터, 덕후동아리는 참가 아이들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목공교실, 네일아트, 요리교실 등은 아이들의 관심은 높았지만 참가할 만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이때 마을을담다는 강사를 초빙해 공간을 제공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덕후동아리는 아이들이 직접 동아리를 개설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타, 댄스, 영화제작 등의 동아리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기존 프로그램의 틀을 깨고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며 참가 적극성도 높였다.
특히 지난 2019년 지역 청소년들이 주축으로 만들어진 내서마을학교 축제는 지금까지의 활동이 결집된 행사였다. 기존의 부스별 프로그램 운영의 천편일률적인 축제의 틀을 넘어 아이들이 악기를 배워 연주하는 거리 페스티벌 형식으로 진행됐다. 또 기후위기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사회적 의미도 제시했다.
◇부모가 변해야 바뀐다= 마을을담다의 주요 교육 대상은 지역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도 포함이 돼 있다.
이숙희 대표는 “교육을 진행해보면 청소년들은 각기 의견을 주체적으로 표현하며 동아리 활동 등에서 적극성을 띈다.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쉽게 달라지지만 그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부모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결국 바뀌는 것은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우리가 학무모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는 이유이다”고 말했다.
마을을담다는 학부모의 취미 활동이 아이 교육으로 이어지고 이런 교육활동을 마을교육으로 확대하며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학부모 동아리를 운영하며 취미생활을 시작으로 학부모들이 마을 교사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학부모들이 동아리를 통해 놀이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강의를 개설해 마을 교사로 일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 마을을담다는 이런 학부모를 대상으로 방과후교사 진출에도 도움을 주며 일자리 연계에도 나서고 있다.
이숙희 대표는 “특정한 경력이 없어도 학부모가 충분히 교사가 될 수 있다”며 “취미 생활로 시작해 그것이 강의가 되고 다시 직업이 되면 개인적 차원에서 넘어서 사회적 가치가 마을에 공유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사업 매칭 통한 마을 플랫폼으로 진화= 마을을담다는 공공사업 매칭을 통해 학부모‧자녀 교육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을을담다가 운영하고 있는 공유카페 ‘담다’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는 물리적인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대체로 마을을담다의 마을교육은 학부모와 아이들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발생한 교육 수요를 지자체 사업과 연결해 공유카페 ‘담다’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20년 마을을담다가 진행한 사업만 보더라도 학부모 특강에서 음악회까지 다채롭다. 구체적으로는 창원시 양성평등기금지원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양성평등교육, 아빠 요리교실을 비롯해 경남도교육청 위탁 사업인 ‘수학품다’ 교육. 코로나 극복을 위한 우리동네 힐링 음악회 등이 진행됐다.
◇사업 다양화 하며 사회적가치 확대= 마을을담다는 교육사업을 넘어 사회공헌형 사업으로의 확장에도 노력하고 있다. 2020년 지역의 미혼모 보호 시설인 생명터와 함께 미혼모의 사회 정착을 돕는 사업을 진행하며 사업 다변화에 나섰다. 마을을담다 소속 마을교사와 동아리 회원들이 생명터 미혼모 대상으로 반찬만들기, 가사‧육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 비영리단체 ‘잡다한연구소’와 손을 잡고 지역 초등학생들이 등교 시 아침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초등생 아침밥 실태 조사도 병행하며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려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학교 밖 청소년 대상 실습 교실 등도 운영하며 사회적경제를 통해사회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영 어려움은 해결과제= 소규모 지역 모임으로 시작한 마을을담다는 이처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걱정은 경영상의 문제이다. 공유카페 담다를 통해 카페 영업, 대관 등의 수익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은 공유카페 직원 인건비 수준이다.
이숙희 대표는 “사회적 가치만 추구하는 것의 어려움이 있다. 기업 운영의 측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며 “경제적 측면의 성장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예비 인증을 넘어 정식 인증 받으며 기업적인 경영 전략을 견실히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떨 때 행복했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놀았던 때라고 대답하겠다. 이처럼 마을을담다가 아이들, 어른 구분 없이 그들의 외갓집 같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 마을을 추억할 때 마을을담다가 기억이 남는 곳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